오달국사와 인면창 중국 당나라 말기에 오달국사라는 고승이 계셨습니다. 스님은 어려서 출가하여 계행을 잘 지켰고 항상 자비심을 품고 화를 내지 않았으므로 대중스님들이 그를 추천하여 간병의 소임 을 보게 하였습니다. 어느날 성질이 포악하고 인물이 괴상한 노스님 한분이 병당으로 들어왔는데 자기의 요구대로 해주지 않으면 마구 때리고 야단을 치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 스님의 병은 문둥병이었습니다. 온 몸이 터져 피가 나고 고름이 났으며 고약한 냄새가 온 방에 진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그 문둥병 스님의 피와 고름과 신경질을 조금도 싫어하지 않고 곁에서 열심히 간병했습니다. 오히려 불쌍하게 생각하고 좋은 약이 있으면 구해다 드렸습니다. 스님의 지극한 간호 덕택이었는지 그렇게 중한 문둥병이 석달 만에 완치되었고, 노스님은 떠나면서 말했습니다. [스님의 정성으로 병이 나았으니 내 한가지 일러주리다. 스님 나이 40세가 되면 나라의 국사로 뽑혀 천하의 존경을 받을 것이요. 만일 그때 천하제일의 음식을 먹고, 의복을 입고 황제와 나란히 봉연을 타고 다닌다하여 마음을 교만하게 가지면 크게 고통 받는 일이 생기리다. 그때는 꼭 나를 찾아야 할 것이니 부디 잊지 마시오. 다룡산 두 그루 큰 소나무 아래에 있는 영지로 오면 나를 만날 수 있다오.] 과연 40세가 되자 스님은 황제의 명으로 오달국사라는 호를 받았고 금빛 찬란한 비단 장삼에 금란가사를 입고 천하진미만 입에 넣게 되었으며 만조백관 위에 군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황제는 스님을 자기 봉연에 태우고 다니며 갖가지 자문을 구하였습 니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묘한 것이었습니다. 권력의 중심에 있다보니 오달국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교만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던 지난날의 자세는 차츰 사라지고 철저했던 계행은 점점 가벼워졌으며 중생을 살피고 돌아보는 자비심도 점점 옅 어졌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까닭 없이 오달국사의 넓적다리가 쓰리고 아파오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져보니 난데없는 혹 하나가 생겼는데 점점 커지더니 며칠만에 주먹만 해졌습니다. 더욱 이상한 것은 그 혹에 눈과 코, 입도 있어 마치 사람의 얼굴과 꼭 같은 것이었습니다. 또한 걸을 때마다 통증이 심해 얼굴이 일그러지니 국사의 체통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이상하게 그 아픈다리의 혹이 사람의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달아, 너 혼자만 좋은 음식 먹지 말고 나도 좀 다오. 그리고 걸음을 걸을 때는 제발 조심조심 걸어 내가 아프지 않게 해다오 네가 품위를 지키기 위해 다리를 절지 않으 려고 억지 걸음을 걸을 때마다 나의 얼굴이 당겨서 견딜 수 없구나.] 오달국사는 기절초풍을 하면서 물었습니다. [네가 도대체 누구며 나와는 무슨 원한이 있느냐.] 그러나 인면창은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백약이 무효하고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오달국사는 문득 여러해 전에 병을 치료해 주었던 노스님이 생각났습니다. [나이 40세가 되면 나라의 국사로 추대를 받아 천하사람의 존경을 받는다.] 고한 그 말씀이 쟁쟁하게 울려오자 부귀영화 다 버리 고 야반도주 하였습니다. 다룡산 두 소나무 아래의 영지를 찾아가니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풍경소리가 들리는 한칸의 정자에 그때의 노장스님이 앉아 있었습니다. [오늘 그대가 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노라.] 오달국사로부터 인면창 이야기를 들은 노장은 말했습니다. [인면창은 바로 그대의 원수이니 어서 저 영지의 물로 말끔히 씻어 없애버리라.] 오달국사가 영지로 내려가 물로 씻으려 하는데 인면창이 다급히 말했습니다. [잠깐만 기다리게. 우리의 관계를 밝힐테니.., 나는 옛날 한나라 경제때의 재상 조착이었고 너는 그 당시 오나라 재상 원앙이었 다. 너는 우리나라의 사신으로 왔다가 경제 황제께 내가 반역을 도모한 것처럼 고해 바침으로 무고한 나를 일곱 토막을 내어 죽게 만들었다. 그것이 철천지원이 되어 기회만 있으면 원수를 갚고자 했으나 그 뒤 네가 인생의 무상을 느끼고 승려가 되어 계행을 청정하게 지니고 마음 닦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 기회를 얻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 네가 국사가 되어 계행이 날로 해이해지고 수행에 구멍이 나기 시작하자 너를 보호하는 모든 선신이 떠나가 버리 더구나. 그틈에 나는 너의 몸에 인면창으로 뿌리를 박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너는 굳건한 불심으로 많은 사람을 구제해 온 공덕과 특히 병든 스님네를 잘 간병한 공덕이 있어 오늘 저 스님의 은혜를 입게 되었고 나 또한 저 스님의 가피를 입어 해탈 하게 되었다. 이제 그대와의 원한은 모두 잊을 것이다. 이 못은 해관수라는 신천인데 한번 씻으면 만병이 통치되고 묵은 원한이 함께 풀어지게 된다. 또 저 스님은 말세의 화주로 다룡산에 계시는 빈두로존자 이시다.] 오달국사가 그 물로 인면창을 씻자 뼛속까지 아픔이 전해지더니 인면창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그뒤로 오달국사는 그곳에 머무르면서 자비수참(慈悲水懺) 이라는 참회법을 저술하여 주야로 부지런히 정진하였으며 찾아오는 대중에게 인연법과 참회법으로 지도하여 행복으로 가는 길. 깨달음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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