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교리---*

경허스님 참선곡

비로사 2008. 10. 9. 18:01

 

 

  홀연히 생각하니 도시몽중이로다.
  천만고 영웅호걸 북망산 무덤이요 부귀문장 쓸데없다.
  황천객을 면할소냐. 오호라 나의 몸이 풀끝에 이슬이요 바람 속에 등불이라
  삼계대사 부처님이 정령히 이르사대 마음깨쳐 성불하여 생사윤회 영달하고
  불생불멸 저국토에 상낙아정 무위도를 사람마다 다할줄로 팔만장교 유전이라
  사람되어 못닦으면 다시 공부 어려우니 나도 어서 닦아보세
  닦는 길을 말하려면 허다히 많건마는 대강 추려 적어보세


  앉고 서고 보고 듣고 착의 긱반 대인접화 일체처 일체시에 소소영영 지각하는

  이것이 무엇인고 몸둥이는 송장이요 망상번뇌 본공하고 천진면목 나의 부처

  보고 듣고 앉고 눕고 잠도 자고 일도 하고
  눈 한 번 깜짝할제 천리만리 다녀오고 허다한 신통묘용 분명한 나의 마음

  어떻게 생겼는고 의심하고 의심하되 고양이가 쥐잡듯이 주린 사람 밥 찾듯이

  목마른 때 물 찾듯이 육칠십 늙은 과부 외자식을 잃은 후에 자식생각 간절하듯

 

  생각 생각 잊지 말고 깊이 궁구하여가되
  일념만년 되게하여 폐침망찬 할지경에 대오하기 가깝도다
  홀연히 깨달으면 본래 생긴 나의 부처 천진면목 절묘하다.

  아미타불 이 아니며 석가여래 이 아닌가 젊도 않고 늙도 않고 크도 않고 적도 않고
  본래 생긴 자기 영광 개천개지 이러하고 열반진락 가이없다.
  지옥천당 본공하고 생사윤회 본래 없다.


  선지식을 찾아가서 요연히 인가받고 다시 의심 없앤 후에 세상만사 망각하고
  수연방광 지내가되 빈 배 같이 떠놀면서 유연중생 제도하면 보불은덕 이 아닌가
  일체계행 지켜가면 천상인간 복수하고 대원력을 발하여서 항수 불학 생각하고
  동체대비 마음 먹어 빈병 걸인 괄시말고 오온색신 생각하되 거품같이 관을 하고
  바깥으로 역순경계 몽중으로 관찰하여 해태심을 내지 말고 허령한 나의 마음

  허공과 같은 줄로 진실히 생각하여 팔풍오욕 일체경계 부동한 이 마음을 태산

 

  같이 써 나가세 허튼 소리 우스개로 이 날 저 날 헛 보내고 늙는 줄을 망각하니

  무슨 공부 하여볼까 죽을제 고통 중에 후회한들 무엇하리
  사지백절 오려내고 머릿골을 쪼개낸 듯 오장육부 타는 중에 앞길이 캄캄하니
  한심 참혹 내노릇이 이럴줄을 누가 알까
  저지옥과 저축생의 나의 신세 참혹하다
  백천만겁 차타하여 다시 인신 망연하다


  참선잘한 저 도인은 서서죽고 앉아죽고 앓도 않고 선세하며 오래살고 곧 죽기를

  마음대로 자재하며
  항하사수 신통묘용 임의쾌락 소요하니 아무쪼록 이 세상에 눈코를 쥐어 뜯고

  부지런히 하여보세
  오늘 내일 가는 것이 죽을 날에 당도하니 포주간에 가는 소가 자욱자욱 사지로세
  예전사람 참선할제 잠깐을 아꼈거늘 나는 어이 방일하며


  예전 사람 참선할제 잠오는 것 성화하여 송곳으로 찔렀거늘 나는 어이 방일하며,
  예전 사람 참선할제 하루해가 가게되면 다리 뻗고 울었거늘 나는 어이 방일하고
  무명업식 독한 술에 혼혼불작 지내다니 오호라 슬프도다 타일러도 아니듣고
  꾸짖어도 조심않고 심상히 지내가니 혼미한 이 마음을 어이하야 인도할꼬
  쓸데없는 탐심진심 공연히 일으키고 쓸데없는 허다분별 날마다 분요하니
  우습도다 나의 지혜 누구를 한탄할꼬


  지각없는 저나비가 불빛을 탐하여서 제죽을줄 모르도다
  내마음을 못닦으면 여간계행 소분복덕 도무지 허사로세
  오호라 한심하다 이 글을 자세보아 하루도 열두때며 밤으로도 조금자고 부지런히 공부하소
  이 노래를 깊이 믿어 책상위에 펴놓고 시시때때 경책하소
  할말을 다하려면 해묵서이 부진이라 이만 적고 그치오니 부디부디 깊이 아소
  다시 할 말 있아오니 돌장승이 아기나면 그 때에 말할테요

            경허스님 참선곡